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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답사

노량진 지하배수로 답사

답사기를 써야하는데 또 게임에 빠져서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재밌는 기사를 발견하고 다녀왔습니다.

바로 노량진 지하배수로입니다.

 

위치는 이곳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버스정류장과 수산시장 입구 지하도가 바로 앞이고, 1호선 탔으면 가끔 눈에 띄었을 CTS 기독교방송 건물 건너편입니다.

 

이곳에 지하배수로가 있는지 관계당국도 몰랐다가 발견한 것인데, 사연이 꽤 있습니다.

 

원래 이동네는 1호선과 노량진로 사이에 집들과 상가가 늘어서 있었는데, 9호선을 건설하면서 죄다 매입하여 철거한 후 공터로 만듭니다. 그 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하수박스가 지나던 자리에 수산시장 새건물이 들어서고, 상류쪽은 노량진뉴타운으로 지정되며 하수박스를 증설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자(침수 대비 목적도 있습니다.) 조사를 하던 와중에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인천-노량진)을 부설했을때 지었을 조적식 구조의 암거가 발견됩니다. 그러니까 대한제국시절 지은 터널이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조적식구조의 암거가 청계천 지천이 있는 태평로와 남대문로에도 숨어있는데, 현재도 하수도로 쓰이기 때문에 개방할수 없었습니다.(한때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국 못하고, 하수도박물관에 샘플(?)을 전시해놨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우회박스를 묻는것으로 해결한듯 합니다. 그리고 기존구간은 정비후 이번에 개방하였습니다.

 

관련기사 : 서울 남대문로/태평로쪽 조적식 하수박스

서울 지하서 100년 전 '벽돌식 하수도' 발견 | SBS 뉴스

 

서울 지하서 100년 전 '벽돌식 하수도' 발견

서울 도심 지하에서 100년 전쯤에 만들어진 걸로 보이는 벽돌식 하수도가 발견됐습니다. 길이가 300m 입니다. 뭔가 세월의 흔적이 은밀하게 숨어있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이호건 기자가 직접 다

news.sbs.co.kr

2017년 기사

120년 된 하수관로, 문화재 지정여부에 관심 < 문화/예술/체육 < 기사본문 - 동작신문 (thedjnews.com)

 

120년 된 하수관로, 문화재 지정여부에 관심 - 동작신문

1890년대 설치된 노량진 마제형 하수박스 2008~2011년 침수해소사업 시행 시 발견 최근 이창우 구청장 현장점검으로 재조명 지난 2008년~2011년 동작구청 주변 침수해소사업 시행 과정에서 1890년대에

www.thedjnews.com

2022년 기사

130년 세월 녹아든 노량진 지하배수로, 문화·역사 교육공간으로 시민에 공개 - 경향신문 (khan.co.kr)

 

130년 세월 녹아든 노량진 지하배수로, 문화·역사 교육공간으로 시민에 공개

1890년대에 만들어져 서울의 가장 오래된 하수관로로 추정되는 ‘노량진 지하배수로’가 문화·역사...

www.khan.co.kr

이 배수로가 지어진 이유는 당연하지만 하수도가 흐르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주변에 박스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주변 박스구간을 지도에 표시하였습니다.

지도와 같이 노량진 지하배수로와 관련된 하수박스는 노량진뉴타운 지역을 지납니다. 조만간 재개발될 예정이라(이때문인지는 몰라도 MBC 예능인 '놀면뭐하니?' 에서도 이곳에 있는 중국집을 왔다갔습니다.) 사라질 하수박스이기도 합니다. 이외 영등포고쪽에도 하수박스가 있으며, 둘다 대방빗물펌프장을 통해 샛강으로 빠지는것으로 보입니다. 답사를 해볼까도 생각헀지만 발원지가 없는 하수도인지라 따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노량진 지하배수로의 상세구조는 대략적으로 위와 같습니다. 위치와 길이는 정확하지 않으므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건설시기가 제각기 달라 모양도 제각각인데 5구간으로 나누어 내부에서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으므로,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을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건설연도로 따지면, 2구간(1890년대)->4구간(1950년대)->3구간(1960년대 추정)->1구간(1980년대 추정)이며, 5구간은 일반적인 하수박스 모양이라 건설연대를 알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노량진로가 과거 1번국도였으므로 나름 굉장히 일렀을 것으로 보고있습니다.(못해도 3구간 전으로 보입니다.)

노량진 지하배수로 입구입니다.

정확하게는 입구는 간판 오른편이 아니라 그 뒤에 있습니다.

과거 이 배수로로 흘렀을 박스 상류방향 모습입니다. 건물사이의 길로 흘러내려왔습니다.

전체구간 모습입니다. 

특이한점은 역경사입니다. 특히 1구간이 심한데, 이말인 즉슨, 과거에는 하수도 물이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러니 침수가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습니다.

노량진로 쪽 입구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둘다 있습니다.

서로 맞은편에 있지만 내려오면 같은 위치에서 만나게 되는데 바로 4,5구간 중간지점입니다.

사진은 5구간의 모습입니다.

5구간은 노량진로를 횡단하는 구간입니다.

상단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 위로 뻗은 원형 맨홀이 보입니다.

윗사진의 맨홀을 노량진로에서 보면 이곳입니다.

과거에는 단순 인도 위 맨홀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박스가 지나갈거란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끝부분 지점

막혀있는데 넘어가면 무엇이 나올까 궁금해집니다.

그지점에서 4구간쪽 및 노량진로 입구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

4구간은 말굽형 구조로 1950~1970년대에 철도용 암거로 자주 쓰인 구조입니다.

4구간 설명입니다.

건설시기가 전차선로 개통시기와 비슷할것이라고 써있는데, 전차선로만 지나갔기에는 다소 길어보입니다.

4구간에서 3구간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모습

3구간은 사각 콘크리트 박스이기 때문에 4구간의 말굽모양을 여기에서도 볼수 있습니다.

3구간 설명판 모습

헌치(haunch)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콘크리트 박스 단면을 보면 모서리가 각져있는데 이것을 헌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모서리부분이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3구간에서 2구간으로 이어지는 모습

2구간이 가장 중요한 구간으로 대한제국 시절 만든 조적식구조가 인상적인 암거입니다. 사실상 이것때문에 이 배수로가 보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일 오래된 철도용 암거인데다 서울에서는 이곳만 볼수있습니다. 용산선이나 기타의 곳은 철거된지 오래이며, 이외의 장소에서 보려면 경부선 연선에서 잘 찾아봐야 있습니다.

바닥 일부를 유리바닥으로 하여 벽면 화강암과 바닥부분을 노출시켰습니다.

2구간 설명문

경인선 최초공사때 지어졌으니 건설시기가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이며, 벌써 123년이 되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한 태평로/남대문로 밑 하수암거(과거 청계천 지천)도 이 암거보다 늦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2구간에서 3구간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마지막은 1구간입니다.

이구간은 역경사구간이기도 합니다.

1구간에서 2구간쪽으로 찍은 모습

1구간 끝지점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1구간 설명문

역경사일뿐만아니라 1m의 높이차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1구간 사진을 잘 보면 윗부분 벽면은 조잡한 콘크리트지만 아랫부분 벽면은 깔끔한데, 사실 이부분은 개방을 위한 정비공사를 하면서 일부러 파낸것이라고 합니다. 즉, 과거는 윗부분에만 박스가 있었습니다.

이쪽이 제일 하류방향인데 박스가 1m 높이차로 위에 올라가 있으니 하수도 물이 못해도 1m정도는 항시 고여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무슨 공사를 이렇게 날림으로 해놨었는지 희한하네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노량진 수산시장 새건물이 있는곳으로 나옵니다.

개통식 현수막이 아직 걸려있습니다.

지하배수로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모습

이쪽에도 표지판을 붙여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보면 지하통로 뚫어놓은줄 알겠네요.

건너편에 보이는 두 키다리건물 사이로 하수박스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량진 지하배수로 답사는 마무리합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배수로라 컨텐츠가 부족해보이는 면이 있지만, 나름대로 준비와 정비를 잘 해놓은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관리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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